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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의 데이터 주권: 통신위성의 글로벌 규제 논쟁 21세기 우주는 더 이상 단순한 과학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곧 데이터의 지리 없는 영토, 통신의 무중력 전장, 그리고 주권의 탈경계화가 펼쳐지는 첨예한 국제 정치의 무대가 되었다. 스타링크(Starlink)를 필두로 한 저궤도 위성 통신망의 확산은 인터넷 접근성을 혁신하는 동시에, '누가 하늘을 소유하는가', '누가 우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제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국가 주권 개념의 재정의, 민간기업의 초국가적 권력화, 국제 규범의 불균형한 편재성과 직결되며, 우주에서의 데이터 주권 문제는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새로운 ‘디지털 지정학’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주권의 지상 개념에서 우주적 확장으로 국가 주권의 전통적 개념은 영토, 국민, 통치권이라는 삼..
DNA로 감정을 조작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유전자 편집 기술과 감정 제어 실험의 현황 감정은 ‘기분’이 아니다. 그것은 생물학적 반응이다 감정(emotion)은 오랜 시간 철학과 심리학의 주제였지만, 현대 생명과학과 신경과학은 감정을 보다 구체적인 생물학적 반응 체계로 정의하고 있다. 즉, 감정은 단지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유전적, 신경적, 내분비적 요소들이 통합된 반응 시스템이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외부 자극 때문만이 아니라, 그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도록 유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뇌과학자들은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뇌 구조로 편도체(amygdala),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시상(thalamus), 시상하부(hypothalamus) 등을 꼽는다. 이 부위들은 감정 정보의 수용–분석–기억화–표현의 모든 단계에 ..
타인의 SNS가 개인의 소비 결정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 우리는 왜 타인의 게시물에 따라 지갑을 여는가 스마트폰 화면 속 타인의 일상은 이제 단순한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 행위의 실질적 촉매가 된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쇼츠, 블로그 등의 소셜미디어는 사용자 간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인 동시에, 소비의 동기를 유도하는 심리적 환경으로 기능한다. 특히 또래, 인플루언서, 유명인의 콘텐츠를 접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명시적 광고뿐 아니라 암묵적 라이프스타일 메시지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소비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조정하게 된다. 사람들은 왜 타인의 SNS에 등장한 제품, 서비스, 장소, 경험에 따라 본인의 소비를 결정하게 되는가?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심리적 비교, 정체성 탐색, 사회적 인정욕구, 감정 전염 등 복합적 기제가 얽힌 결과다. S..
퀘이사와 초은하단: 초기 우주의 거대한 불꽃들 우주의 가장 밝은 불꽃, 가장 거대한 구조: 퀘이사와 초은하단의 세계 과학자들은 우주의 심연을 관측할수록 시간의 기원을 들여다보게 된다. 천문학은 수십억 광년 떨어진 빛을 탐색함으로써 과거의 장면을 포착한다. 이 관측의 끝자락에서, 인류는 두 가지 극단적 현상을 마주했다. 하나는 빅뱅 이후 수십억 년 전의 시공간에서 폭발적으로 밝은 빛을 내뿜는 퀘이사이며, 다른 하나는 수천 개 은하가 중력적으로 결합된 우주의 거대 구조, 초은하단이다. 퀘이사는 단일 천체로는 가장 밝은 에너지원이며, 초은하단은 구조적으로 가장 크고 느리게 진화하는 존재이다. 이 두 존재는 서로 반대의 특성을 가지지만, 초기 우주에 존재한 ‘대격변의 흔적’이라는 점에서는 놀라운 공통성을 가진다. 퀘이사와 초은하단은 단지 관측의 대상이 아..
시간을 느끼는 뇌: 1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뇌는 어떻게 ‘1초’를 세는가? 시간 감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인지의 메커니즘 인간은 시계 없이도 ‘1초’를 느끼고, ‘지루한 5분’과 ‘순식간의 1시간’을 구분한다. 하지만 이처럼 주관적으로 체험되는 시간 감각은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신경과학은 시간 감각을 공간이나 소리처럼 감각기관이 직접 수용하는 대상이 아닌, 뇌가 내부적으로 구성하는 인지적 결과로 본다. 즉, ‘1초’란 자연에 존재하는 물리적 단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뇌가 신경 활동의 패턴과 주의를 바탕으로 추정하는 주관적 구성물이기도 하다. 이때 시간은 감각기관의 입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계산과 예측, 그리고 주의(attention)의 분포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려지거나 빨라진다. 인간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AI로 대체되지 않는 직업들의 공통점: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성의 영역 21세기 들어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은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기업들은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작업을 기계에게 맡김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예컨대, 제조업의 조립라인은 이미 로봇이 대체하고 있으며, 금융업계에서는 챗봇이 고객 응대의 최전선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 의료, 유통, 콘텐츠 산업 등 어느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과 '기계가 할 수 없는 일' 사이의 경계는 미래 노동시장의 핵심 분기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체되지 않는 직업이 존재하며, 오히려 그 사회적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AI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복잡한 연산을 ..
백신과 음모론: 과학이 말하는 팩트 체크 백신 불신의 시대: 과학이 흔들릴 때,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21세기 들어 인간은 과학기술의 가장 큰 수혜자로 부상했지만, 동시에 과학에 대한 신뢰는 전례 없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백신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공중보건의 영역을 넘어 정치, 철학, 심리,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 현상은 단순한 지식의 부족이 아닌 구조적 불신의 결과다. 백신은 과학적 검증을 거쳐 수많은 생명을 구해온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집단에서는 그것이 인체를 조종하는 장치, 정부의 통제 수단, 심지어 생식 능력을 억제하기 위한 비밀 무기라는 음모론이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정보 소비자의 과학 리터러시 부족, 디지털 알고리즘의 편향, 불확실성에 대한 심리적 공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단순..
자동화가 만든 노동의 해체 자동화가 만든 노동의 해체: 기술 발전의 그림자 아래 형성된 새로운 사회구조 기술의 진보는 인류를 육체적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전개되어 왔다. 산업혁명기의 증기기관에서부터 20세기 후반의 컴퓨터화, 그리고 오늘날의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까지, 자동화는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기계에 맡김으로써 인간이 보다 고차원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믿음은 표면적으로는 진보적 이상주의에 기초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자동화는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았다. 오늘날 자동화는 일부 고소득 전문직에게는 도구이자 보조수단으로 기능하지만, 다수의 저소득·비정규 노동자에게는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 특히 ‘반복 가능한’ 단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