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iz & Economy

(12)
자동화가 만든 노동의 해체 자동화가 만든 노동의 해체: 기술 발전의 그림자 아래 형성된 새로운 사회구조 기술의 진보는 인류를 육체적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전개되어 왔다. 산업혁명기의 증기기관에서부터 20세기 후반의 컴퓨터화, 그리고 오늘날의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까지, 자동화는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기계에 맡김으로써 인간이 보다 고차원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믿음은 표면적으로는 진보적 이상주의에 기초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자동화는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았다. 오늘날 자동화는 일부 고소득 전문직에게는 도구이자 보조수단으로 기능하지만, 다수의 저소득·비정규 노동자에게는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 특히 ‘반복 가능한’ 단순 ..
마이크로프랜차이즈란 무엇인가? 새로운 창업 트렌드 왜 지금 ‘마이크로프랜차이즈’인가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극심해진 경제 환경 속에서, 대규모 자본 없이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창업 열망은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과 고령화 문제, 지역 경제 침체, 디지털 격차 등의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기존의 프랜차이즈 모델은 점점 더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수익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부상한 개념이 바로 마이크로프랜차이즈(Microfranchise)다. 마이크로프랜차이즈란 초소형 단위의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로, 소자본·저위험·고자율성을 기반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사업 모델을 지향한다. 마이크로프랜차이즈의 개념과 역사적 맥락 마이크로프랜차이즈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존 프랜차이즈 구조를..
콘텐츠 구독 서비스 해지율이 말하는 소비심리의 변화 소비자의 ‘좋아요’가 ‘구독 취소’로 바뀌는 심리 메커니즘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구독경제는 이제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인다. OTT, 뉴스, 전자책, 운동 앱, 생산성 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콘텐츠 기반 구독 서비스가 ‘월 9,900원’이라는 명목 아래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다양한 산업군에서 구독 서비스의 해지율(Churn Rate)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민감도 상승으로만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 사용자는 왜 구독을 ‘지속하지 않기로’ 결정하는가? 무엇이 과거에는 지속 가능했던 소비 행위를 중단하도록 유도하는가? 이 글은 콘텐츠 구독 서비스 해지율의 변화 속에 숨겨진 소비심리학적 전환기를 분석하고자 한다. 소비자가 구독 ..
‘지출 최소화’가 아닌 ‘가치 소비’로의 전환 소비는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다 최근 경제 불안정성과 고물가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지출 최소화’ 열풍을 불러왔다. 할인 행사에 대한 과잉 반응, 저가 플랫폼의 성장, 중고 시장의 대세화 등은 모두 절약과 생존을 위한 새로운 소비 형태의 증거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사람들은 단순한 비용 절감만으로는 삶의 만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직감하고 있다. 무작정 줄이기만 해서는 정체성도, 의미도, 공동체적 연결성도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떠오른다. 그것이 ‘지출 최소화’의 시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역설, 즉 ‘가치 소비(Value-driven consumption)’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
‘비자발적 미니멀리즘’ 시대의 소비 행동학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의 고착, 취업 불안, 금리 인상과 같은 복합 위기는 수많은 개인의 일상 소비 패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자발성과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처럼 여겨졌으나,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그 의미는 점점 다르게 쓰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미니멀리즘은 의식 있는 소비자의 선택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없이 밀려난 절제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개념, 즉 ‘비자발적 미니멀리즘(Involuntary Minimalism)’이라는 사회적·경제적 조건이 소비 행동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비자발적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소비 축소가 아니다. 이는 심리적 좌절감, 구매에 대한 죄책감, ..
조직 내 '조용한 권력자'의 심리와 영향력 보이지 않는 힘이 조직을 움직인다 : ‘조용한 권력자’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의 본질 기업 조직의 역학을 깊이 분석할 때, 우리는 종종 겉으로 드러나는 공식 직위와 실제 조직 내 영향력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함을 목격한다. 회사 내 직책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과 영향력이 그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명함 속 직책, 조직도상의 계층 구조, 명문화된 보고 라인과 같은 공식 권력 구조는 단지 조직 내 표면적인 권력 분포를 보여줄 뿐이다. 실제로는 조직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하며, 이 힘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보이지 않는 힘을 주로 형성하는 집단이 바로 ‘조용한 권력자(Silent Power Holder)’라 불리는..
사람들이 비싸도 중고차를 사는 이유: 신뢰의 경제학 중고차 시장은 왜 ‘신뢰’가 가격을 결정하는가? 중고차 시장은 경제학에서 오랫동안 ‘정보 비대칭’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어 왔다. 자동차라는 고가의 내구재가 보유하는 품질과 성능 정보는 판매자에게 유리하게 집중되어 있으며, 구매자는 구매 시점에서 차량의 과거 이력, 사고 여부, 실제 상태 등을 완벽히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구매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기고, 가격을 하락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전통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중고차 시장에서 발생하는 역설적 현상은 이 통념을 전면 수정하게 만든다. 정보가 부족할수록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 이론과 달리, 오히려 검증된 신뢰 시스템이 구축된 중고차는 신차보다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거나, 최소한 신차에 근접한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하향식 의사결정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 의사결정은 왜 위에서부터 무너지는가? 하향식 의사결정(top-down decision making)은 수직적 구조를 전제로 한 조직 관리의 오래된 기본 틀이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전략을 설계하고 하위 구성원은 이를 실행하는 방식은 군대, 대기업, 정부조직 등에서 표준화된 모델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하향식 의사결정은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실패와 비효율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혁신기업, IT 스타트업, 분산형 조직 모델이 전통적 구조의 약점을 지적하며 자율성과 참여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경영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다. 심리학, 조직이론, 커뮤니케이션학, 심지어 진화생물학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는 하향식 의사결정이 갖는 구조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