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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 동반자, 김주애: 4대 세습의 신호인가, 정치적 전략인가?

김정은 방중 동반자, 김주애: 4대 세습의 신호인가, 정치적 전략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지난 2일 아버지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 베이징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려 중국 고위층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 노동신문, 뉴스1]

전례 없는 동행, 세계의 시선을 끌다

  2025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딸 김주애가 동행했다는 사실은 국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 지도자의 해외 공식 일정에 직계 가족, 특히 미성년 자녀가 함께 나서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였던 김정은을 데리고 1983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리고 김정은이 2011년 김정일의 후계자로서 중국을 찾았을 때가 그 전례로 꼽히지만, 이번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 김주애는 아직 공식 후계자로 확정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가족 동반 이상의 정치적·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북한의 권력 구조와 미래 권력 승계 구도에 대한 깊은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이번 방중 동행은 북한 내부 정치, 한반도 정세, 미중러 북핵 외교의 향방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인 파급효과를 예고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선례와 북한 권력 세습의 맥락

  북한의 권력은 철저히 세습 체제로 유지되어 왔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과정에서 중국은 ‘후계자 인증 무대’ 역할을 해왔다. 김정일은 1983년, 후계자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해 국제적 존재감을 알렸고, 김정은 역시 2010~2011년 시기에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며 ‘차세대 지도자’로 인지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역사적 선례에 비춰보면, 김주애의 이번 방중同行은 4대 세습을 향한 수순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국내적으로는 노동신문을 통해 김주애를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칭하며 위상을 높여왔고, 대외적으로는 중국이라는 전략적 파트너를 무대로 김주애를 노출시킴으로써 ‘국제적 후계자 이미지’를 쌓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북한 권력의 지속성과 세습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로 이해될 수 있다.

공개 동행의 정치적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전략

  정치 지도자가 자녀를 대외 행사에 동행시키는 행위는 단순한 가정적 차원의 선택이 아니다. 이는 곧 정치적 메시지이자 권력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공개 석상에 세우는 빈도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미사일 시험 발사, 열병식, 군부 행사뿐 아니라 이번 중국 방문에서도 그녀가 등장했다는 것은 북한 대내외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즉,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 후계 구도를 이미 갖추고 있으며, 김 씨 일가의 권력이 앞으로도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국내 주민과 해외 파트너에게 동시에 보여주는 효과다. 노동신문이 그녀를 ‘존경하는 자제분’이라 부르며 수위 높은 수사를 쓰는 것도 이러한 이미지 구축 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권력의 정통성을 혈연으로 보장하려는 북한식 정치 문화의 전형적인 표현이며, 동시에 국제사회에는 북한 체제의 변함없는 지속성을 은연중에 각인시키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후계자 이미지 구축과 국제 무대에서의 전략적 효과

  김주애의 이번 동행은 북한 내부 정치적 상징을 넘어, 국제무대에서의 전략적 의도와도 연결된다. 중국은 북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혈맹이자 경제·외교적 생존 파트너다. 따라서 김정은이 딸을 데리고 중국을 찾았다는 것은 ‘후계자’를 국제적으로 승인받고자 하는 제스처로 읽힐 수 있다. 김주애가 시진핑 주석과 간접적으로라도 같은 공간에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적 메시지를 형성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긍정적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북한 내부에서는 ‘후계자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선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김주애를 둘러싼 후계 구도론에 힘을 실어주며,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 안정감을 제공하는 효과를 낸다. 국제정치적으로는 미국과 한국에 대해 ‘우리는 권력 세습을 통해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반드시 후계자 공식화라고 볼 수 없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주애의 방중 동행을 곧바로 ‘후계자 공식화’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지도자의 자녀를 공개적으로 노출시키며 후계자 담론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사례가 있지만, 공식 후계자 선포는 당과 군의 결의, 중앙당 전원회의, 대대적 선전 캠페인 등을 통해 이뤄졌다. 현재 김주애의 경우는 그러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계자 교육 차원’ 혹은 ‘국내외 선전용 카드’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가진다. 또한 김정은의 건강 문제나 권력구도 변화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너무 이른 시점에 후계자를 명확히 하는 것은 체제 안정성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동행은 ‘후계자의 가능성을 국제무대에서 시험하는 예비적 과정’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대응 시사점

  김주애의 동행은 북한의 대외 전략 차원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세습 체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며, 체제 안정성을 환영하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 권력 세습의 지속성을 확인하며, 대북 정책의 장기적 관점을 조정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특히 후계자가 국제 무대에 얼굴을 드러낸 이상, 향후 10~20년간 북한 체제가 급격히 붕괴하거나 변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는 대북 제재, 안보 전략, 한미일 삼각 공조 정책에 중장기적 수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일본 역시 북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차세대 지도자’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김주애의 방중同行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동북아 국제질서와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데리고 중국을 방문한 사건은 북한 권력 세습의 의지와 전략, 그리고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가 응축된 장면이다. 역사적 선례와 비교해볼 때 이는 분명 4대 세습 구도의 신호로 읽힐 수 있으며, 동시에 아직은 ‘공식화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 체제가 여전히 ‘혈연적 정통성’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를 국제무대에서 과시할 필요를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는 북한 주민에게는 체제 안정감을, 국제사회에는 체제 지속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은 이러한 북한의 의도와 전략을 면밀히 분석해, 단기적 이벤트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구조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김주애의 동행은 단순한 ‘가족 행사’가 아니라 북한 정치의 미래와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그널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