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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기능이 있는 GPT는 인간의 기억을 대체할 수 있는가? GPT의 진화: 기억 기능의 등장과 ‘지속 대화’ 패러다임 GPT 초기 모델은 기본적으로 콘텍스트 제한형 생성 시스템이었다. 즉,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단일 교환(single-turn exchange)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GPT-4 이후부터 본격화된 ‘메모리 기능(memory function)’은 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켰다. 이제 GPT는 단순히 앞서 입력된 내용을 즉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정보를 축적·누적·참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장기 대화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획득했다. 이 변화는 AI를 향한 질문의 본질을 바꿔 놓았다. 초기에는 “AI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AI가 무엇을 기억하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AI의 기억..
다이슨 스퀘어와 태양에너지 다이슨 스퀘어와 태양에너지 - 미래 에너지 문명의 설계도 현대 인류는 에너지 위기와 자원 고갈이라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구라는 좁은 행성의 경계를 넘어서는 에너지 수확 방법에 대한 탐구는 단순한 공상과학의 영역을 넘어, 실질적 과학적·공학적 담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탐구의 정점에 놓인 개념이 바로 다이슨 스퀘어(Dyson Square)이다. 기존의 ‘다이슨 스피어(Dyson Sphere)’ 개념을 변형·보완한 이 이론적 메가스트럭처는 태양과 같은 항성으로부터 직접 에너지를 수확하여 문명의 에너지 소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다이슨 스퀘어는 다이슨 스피어의 이상적 구형 구조 대신, 기술적 현실성과 유지보수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평면적·격자형 수확 장치를..
향기와 뇌 과학: 왜 특정 냄새는 과거의 감정을 즉시 소환할까? 냄새로 소환되는 기억: 후각과 감정 회상의 신경학적 연결 특정한 향기가 갑작스럽게 과거의 장면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경험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현상이며, 이 현상은 단순한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신경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인지 메커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두뇌는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다양한 경로를 갖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후각 체계는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해마(hippocampus)는 인간이 사건의 서사를 기억하도록 돕는 구조이고, 편도체(amygdala)는 정서적 중요도를 판단하여 기억을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두 구조는 후각 정보가 도달하는 주요 신경 회로와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후각 피질(olfactory cortex)을 통해 거의..
하향식 의사결정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 의사결정은 왜 위에서부터 무너지는가? 하향식 의사결정(top-down decision making)은 수직적 구조를 전제로 한 조직 관리의 오래된 기본 틀이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전략을 설계하고 하위 구성원은 이를 실행하는 방식은 군대, 대기업, 정부조직 등에서 표준화된 모델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하향식 의사결정은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실패와 비효율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혁신기업, IT 스타트업, 분산형 조직 모델이 전통적 구조의 약점을 지적하며 자율성과 참여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경영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다. 심리학, 조직이론, 커뮤니케이션학, 심지어 진화생물학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는 하향식 의사결정이 갖는 구조적 ..
우주배경복사(CMB): 우주의 ‘아기 사진’이란 무엇인가? 우주의 잔향: CMB가 남긴 흔적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인류는 언제부터인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기원을 묻기 시작했다.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별과 별 사이의 거리뿐 아니라 시간의 시작점을 찾아왔다. 그러한 여정의 결정적 단서가 된 것이 바로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이하 CMB)’다. CMB는 단순한 전자기파 신호가 아니라, 우주가 태어난 직후의 상태를 거의 그대로 보존한 ‘우주의 아기 사진’이다. 현재 인류는 CMB를 통해 138억 년 전 빅뱅 직후의 뜨겁고 밀도 높았던 상태를 간접적으로 관측하며, 우주 전체의 기원과 구조, 그리고 향후의 진화 방향을 추정하고 있다. 이 글은 CMB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발견되었으며, 어떤 과학적·철학적 함의를 ..
지구는 정말로 자정 능력을 잃었을까? 기후변화와 생태계 복원력에 대한 최신 연구 지구의 자정 능력, 과연 사라졌는가? 지구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외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조절하며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자정 능력은 대기 조성, 해양 순환, 생물 다양성 등 여러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이 자정 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일부 생태계는 복원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톡홀름 복원력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육상 생태계의 약 29%, 해양 생태계의 약 24%가 복원력 상실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극 툰드라와 타이가 숲, 인도양 및 동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
스타트업 초기에 필요한 '조직심리학적' 관점 왜 스타트업에는 조직심리학이 중요한가?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는 열정과 가능성, 동시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으로 가득하다. 기술적 혁신, 시장 진입 전략, 자금 조달 등 외적 요소들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조직 구성원 간의 심리적 상호작용과 팀 역학이 실질적인 기반을 이룬다. 구성원들은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가? 목표와 보상의 체계는 내재적 동기를 자극하고 있는가? 이와 같은 질문들은 단순한 '조직 관리'를 넘어, '조직 심리학'이라는 깊은 층위를 요구한다. 실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은 팀의 성과는 개인 능력의 총합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psychol..
디지털 노동의 재구성 : GPT는 인간의 어떤 역할을 대체하는가? AI는 일자리를 뺏는가, 아니면 ‘일의 정의’를 다시 쓰는가 우리가 지금 ‘일’이라고 부르는 행위는 언제부터 현재와 같은 구조였을까? 대부분의 현대 조직은 ‘일’이라는 개념을 산출물 중심의 반복적 구조로 이해하고 있다. 즉, 무엇인가를 만들고, 제출하고, 결과를 평가받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근대 산업혁명 이후 분업화와 표준화, 그리고 자동화의 진화 속에서 구성되어 왔다. GPT는 이 구조에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굳이 해야 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GPT는 단순히 컴퓨터보다 말을 잘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를 통해 인간이 수행해 오던 판단, 요약, 정리, 창조, 표현의 역할 일부를 예측 기반 생성 알고리즘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말은 곧, GPT가 인간 노동의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