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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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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느끼는 뇌: 1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뇌는 어떻게 ‘1초’를 세는가? 시간 감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인지의 메커니즘 인간은 시계 없이도 ‘1초’를 느끼고, ‘지루한 5분’과 ‘순식간의 1시간’을 구분한다. 하지만 이처럼 주관적으로 체험되는 시간 감각은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신경과학은 시간 감각을 공간이나 소리처럼 감각기관이 직접 수용하는 대상이 아닌, 뇌가 내부적으로 구성하는 인지적 결과로 본다. 즉, ‘1초’란 자연에 존재하는 물리적 단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뇌가 신경 활동의 패턴과 주의를 바탕으로 추정하는 주관적 구성물이기도 하다. 이때 시간은 감각기관의 입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계산과 예측, 그리고 주의(attention)의 분포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려지거나 빨라진다. 인간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향기와 뇌 과학: 왜 특정 냄새는 과거의 감정을 즉시 소환할까? 냄새로 소환되는 기억: 후각과 감정 회상의 신경학적 연결 특정한 향기가 갑작스럽게 과거의 장면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경험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현상이며, 이 현상은 단순한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신경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인지 메커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두뇌는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다양한 경로를 갖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후각 체계는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해마(hippocampus)는 인간이 사건의 서사를 기억하도록 돕는 구조이고, 편도체(amygdala)는 정서적 중요도를 판단하여 기억을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두 구조는 후각 정보가 도달하는 주요 신경 회로와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후각 피질(olfactory cortex)을 통해 거의..
기억을 지우는 기술 : '선택적 기억 제거' 기술의 가능성과 논란 기억의 선택과 삭제: 인간 조건을 재설계하는 기술이 도래하다 뇌과학 기술이 인간의 기억을 제거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진행된 연구들은 특정 기억을 선택적으로 약화하거나 완전히 소거할 수 있는 신경조절 기술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중독, 불안 장애와 같은 신경정신질환 치료에 혁신적인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단순한 치료의 영역을 넘어서, 인간 정체성의 핵심인 ‘기억’이라는 구성 요소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적·윤리적 논쟁을 촉발한다. 인간은 더 이상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데이터를 편집하듯 기억을 구성하고 삭제할 수 있는 존재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는 ‘기억의 민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