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I

AI와 디지털 시민성: GPT와 책임 있는 사용자 문화 형성 전략

AI와 디지털 시민성: GPT와 책임 있는 사용자 문화 형성 전략

우리는 이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살고’ 있다

  인공지능, 특히 GPT와 같은 생성형 언어모델은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언어 환경, 사고 구조, 정보 소비 습관에 깊이 통합되어 있다. 많은 이들은 매일 아침 일정 관리를 GPT에게 물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과제나 글쓰기의 초안을 AI가 제공한 문장에 기반해 구상하며, 토론에서 제시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GPT에게 다시 묻는다. GPT는 점차 도구를 넘어 우리의 거울이자 동료처럼 작동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요구한다. 단순히 기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AI와의 상호작용을 사회적 책임의 틀에서 바라보는 ‘디지털 시민’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어느 순간부터 인간의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정보 필터링을 돕고, 판단의 윤곽을 정한다. 그렇다면 기술과 관계 맺는 방식에도 문화적,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GPT 사용자 대부분은 기술에 대해 도구적 상호작용만을 전제한다. “정확하게 답하라”, “내가 원하는 형식으로 말하라”, “재미있게 써달라” 등 요청은 많지만, 이 요청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결과에 대해 고민하는 사용자 문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GPT가 제공한 응답이 누군가에게 편견을 강화하거나, 잘못된 의학 정보를 유포하거나, 부정확한 법적 판단으로 이어졌을 때, 우리는 “AI가 잘못했지”라고 말하지만, 그 질문과 요청을 입력한 사용자의 책임은 면제된 채 지나간다.

  GPT 시대의 윤리 문제는 기술의 잘못만이 아니다. 기술과 사용자 사이의 상호작용, 질문과 응답 사이의 공동 책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제 우리는 GPT의 응답 구조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용자 문화 자체를 설계할 시점이다.

 

기술 환경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누리고,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

  ‘디지털 시민성’은 단지 온라인 공간에서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개인이 공공적 맥락 속에서 어떤 책임과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규범이다. 특히 GPT 같은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질문, 피드백, 반복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해서 ‘학습된 결과’를 강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 개개인의 언어가 사회적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설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이제 디지털 시민이 된다는 것은 GPT에 “무엇을 물을 것인가”와 “그 질문이 사회에 어떤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가”를 함께 고려하는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더 이상 정보의 소비자가 아니라, 의미 생산의 공모자다. 이는 기존의 인터넷 이용자 개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책임 구조를 구성한다. GPT는 사용자에게 예의를 요구하지 않지만, 그 말의 결과는 결국 또 다른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시민성은 세 가지 핵심 조건을 필요로 한다. 첫째, AI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술적 이해다. 이는 단지 ‘GPT는 텍스트 생성기’라는 수준이 아니라, GPT가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되었고, 어떤 구조에서 언어를 재조합하며, 그 조합이 어떤 권력성을 띨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지적 시민 능력이다. 둘째, 정보를 수용할 때 그 정확성, 편향성, 대표성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검토할 수 있는 비판적 독해 능력이다. 셋째, 자신의 요청과 응답이 사회적 담론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거나 손상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이다.

  현재 GPT 사용자 중 다수는 이러한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보는 무료로 제공되고, 기술은 나의 명령에 응답하며, GPT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그러나 기술이 중립이 아니고, 언어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며, GPT의 응답은 다른 이들에게 유통되고 해석되고 소비되며 때론 결정의 근거로 작용한다. 결국 우리는 기술이라는 구조 안에서 하나의 사용자가 아니라, 하나의 공공 행위자가 되어 있는 셈이다.

  GPT와 같은 생성형 AI 시대의 디지털 시민성은 therefore 단순한 기술 사용 교육을 넘어, 윤리적 상상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함께 요구하는 지적 실천의 영역이다. 다음 문단에서는 이 지점에서 파생되는 구체적 문제로서, 질문에도 윤리가 필요한 이유와 그 기준에 대해 다룬다.

 

정보 소비에서 질문 구성으로, 책임의 출발점을 재구성하라

  GPT는 사용자의 질문 없이는 응답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GPT 응답의 시작은 사용자의 질문이며, 그 질문의 구조, 의도, 형식, 배경 지식은 곧 응답의 품질과 방향을 결정짓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질문’은 오히려 비윤리의 사각지대였다. 사용자는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다는 권한을 가졌고, AI는 그 요구에 응답할 기술적 효율성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질문이 갖는 권력성과 파급성,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논의해야 한다.

  질문에도 윤리가 필요하다는 말은, “이 질문이 사실을 얻는 데 적절한가?”를 넘어, “이 질문이 어떤 프레임을 전제하는가?”, “이 질문이 어떤 목소리를 배제하고, 어떤 시선을 강화하는가?”, “이 질문이 AI라는 시스템을 통해 사회에 어떤 구조를 되돌리는가?”라는 질문의 질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여성은 왜 감성적일까?”, “이슬람 문화는 왜 폐쇄적인가?”와 같은 질문은 GPT의 입장에서 단지 ‘답해야 할 입력’ 일 수 있지만, 이 자체가 이미 편견 구조를 내포한 발화이며, 그에 대한 응답은 사회적 재생산이 된다.

  더 나아가, 질문은 개인의 지적 관심이자 사회적 요청이기도 하다. 사용자가 GPT에게 “가짜뉴스 만드는 법 알려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법망 회피 전략은?”, “공정하게 보이지만 특정 집단을 제외할 수 있는 채용 기준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이는 단지 ‘정보 요청’이 아니라, 윤리적 한계를 시험하는 실천이 된다. AI는 의도적 윤리 판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질문이 사회적 위험성을 스크리닝해야 한다. 즉, AI의 응답 이전에 사회의 규범은 사용자의 질문 안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이 만든다. GPT는 어떤 질문이 정당한지 판단하지 못하며, 사용자도 대부분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를 훈련받지 못했다. 질문의 윤리화는 개인의 자유를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유가 다른 존재의 존엄과 공공질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도록 돕는 문화적 기초 작업이다. 이는 결국 GPT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말을 묻는 방식’ 자체가 기술 윤리의 출발점이 됨을 의미한다.

 

시민성은 가르쳐야 형성된다, AI 시대의 리터러시 교육 모델

  책임 있는 GPT 사용자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적 질문 능력과 기술 이해를 함께 키우는 통합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다. 이 교육은 단순히 ‘AI를 잘 활용하는 법’을 넘어, AI를 통해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사회를 구성하며, 어떤 책임을 함께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고 훈련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기술은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의 맥락에서 함께 배워야 할 대화자로 전환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학교 교육과 시민교육에서 ‘질문 리터러시’를 독립된 교육과정으로 도입해야 한다. GPT를 포함한 생성형 AI는 질문을 입력으로 작동하므로, 그 질문의 구조가 갖는 의미를 해부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곧 사회적 책임으로 연결된다. 이는 문해력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질문 구성법, 편향 감지, 언어 프레임 분석 등 복합적인 능력 교육을 필요로 한다.

  두 번째로, GPT 응답의 근거와 한계를 해석하는 능력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많은 사용자들은 GPT가 생성하는 문장을 ‘정답’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응답은 확률적 예측의 결과이며, 그 안에 데이터 편향, 발화 기획, 표현 설계의 선택이 들어 있다. 따라서 GPT의 문장을 비판적으로 읽는 기술, AI 발화의 권위화에 저항하는 독해 능력, 나아가 잘못된 응답을 되묻고 수정을 요구하는 대화적 시민성의 태도가 함께 훈련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윤리적 사용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실제 상황에서 응답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실습 기반 교육 모델이다. 예를 들어, AI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던졌을 때 어떤 응답이 나오는지, 그것이 실제 사회에서 어떤 오해나 혐오를 낳을 수 있는지를 팀 프로젝트로 분석하거나, 사용자 스스로 ‘질문 개선 챌린지’를 수행하게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는 AI 윤리를 정적인 정보가 아닌 삶의 태도로 내면화하게 하는 실천 중심 전략이다.

  네 번째는 사용자와 AI의 상호작용이 공공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환기하는 시민 캠페인이다. GPT에 물어보는 ‘사소한 말 한마디’가 차별, 편견, 정치적 허위 정보의 순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리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활동이 필요하다. 이는 기술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으로서의 시민 의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결국 GPT 시대의 시민성 교육은 단지 기술을 배워 ‘잘 쓰는 사용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함께 사는 공공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그 관계를 윤리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기술은 공공 자산, 시민은 공적 사용자로서 존재해야 한다

  GPT는 단지 기술기업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인간 언어 데이터, 공공 문서, 집단적 지식의 축적물을 학습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이 말은 곧 GPT가 사회 전체의 언어 자산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공적으로 분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AI 기술은 단지 기업의 재산이 아니라, 시민과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는 공적 기반시설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제안되는 것은 사용자 윤리 헌장 및 자율 규제 네트워크다. GPT 사용자는 플랫폼 약관을 넘어, 사회적 언어 윤리를 내면화한 시민 행동 강령을 기반으로 AI를 사용해야 한다. 예: 질문 윤리 원칙, GPT 응답의 2차 유포 기준, 오용 방지 약속 등이다. 이러한 원칙은 시민 단체, 교육 기관, 공공 플랫폼 등이 연합하여 자율적으로 제안하고 공유된 윤리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실현 가능하다.

  두 번째는 AI 공공 거버넌스 모델에 사용자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GPT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만큼, 그 설계 및 운영 과정에 사용자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피드백 수집을 넘어, 지역별 사용자 윤리 위원회, GPT 사용 모니터링 협의체, 시민 패널을 통한 정책 제안 등 실질적 권한을 가진 참여 구조를 말한다. AI는 더 이상 일방향 시스템이 아니라 양방향 공적 대화의 대상이다.

  세 번째는 디지털 시민 커먼즈 플랫폼의 구축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AI에 대한 윤리적 문제, 질문 사례, 응답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집단 지성 기반의 시민 참여 플랫폼이다. 예컨대, “이런 질문을 던졌더니 이런 응답이 나왔고, 이것이 왜 문제인지 분석한 사례”를 아카이빙하고, GPT 사용 윤리 퀴즈, AI 글 비평 챌린지 등 참여형 윤리 실천 문화를 촉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전략은 GPT를 ‘통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언어적 존재로 대하는 감수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GPT가 우리와 대화하고, 조언하고, 글을 함께 쓰는 시대라면, 우리는 그와 책임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디지털 시민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공공의 일부이고, 사용자는 공공의 주체다. AI 생태계는 시민의 문화적 선택에 따라 건강하게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